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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의 그림책 여행](10) 몽생아, 그림책 여행 가자!
[김란의 그림책 여행](10) 몽생아, 그림책 여행 가자!
  • 김란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10.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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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밤을 켜는 아이』

요즘 사람들은 하루를 쉼 없이 달리고도 멈추지 않는다. 밤이 되어도 환히 불을 밝히고 계속 낮처럼 살아가기 일수이다. 또한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카톡이나 밴드 같은 인터넷 방에서 밤낮으로 무언가를 주고받는다. 현대인들은 밤이 되어도 지친 마음을 쉴 틈이 없다. 밤은 어디로 갔는가. 밤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

어쩌면 사람들은 외로워서 불을 끄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종일 사람들을 만나고 스치고,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의미 없이 사무적으로 나누는 말들, 진정한 친구를 찾고 싶어서 밤에도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을지 모른다.

밤이 되면 불을 끄고 밤을 켜자. 영혼을 충만하게 해주는 그런 친구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찾아올지니…….

열 번째로 소개할 그림책은 글, 레이 브레드베리 (Ray Bradbury)와 그림, 리오 딜런(Leo Dillon)과 다이앤 딜런(Diane Dillon)의 『밤을 켜는 아이』이다. 레이 브래드베리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 작가이다. 그림을 그린 리오딜런과 다이앤 딜런은 미국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부부로 두 번의 칼데콧 상과 네 번의 보스톤 글로 혼 북 상, 네 번의 뉴욕 타임스 최고 그림책 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밤을 켜는 아이』의 섬세하고 시적인 글은 1950년에 지어진 것으로, 55년이 지난 지금에도 호평받고 있다.

『밤을 켜는 아이』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뉴스라인제주

여기에 밤을 무서워하는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깜깜한 밤이 무서워서 불이란 불은 모두 켰다. 아이는 외롭다……. 친구가 있으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창을 열고 밤하늘을 볼 텐데…… 그러나 친구가 없다. 아직 새싹같이 여린 아이는 혼자 깜깜한 밤을 맞이할 용기가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외로운 마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뉴스라인제주

- 아이가 좋아하는 건
초롱과 램프,
호롱불과 양초,
휏불과 모닥불,
-손전등과 너울거리는 불꽃이었어요.
-하지만 밤은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아이는 좁쌀만큼의 밤도 들어오지 못하게 집안의 불이란 불은 모두 밝혔다.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뉴스라인제주

-잠들기 전까지 아이는
거실과 식품 창고,
지하실과 찬장,
다락방과 벽장,
골방과 복도에서 놀았어요.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어요.
캄캄한 밤에는 말이에요.

아이는 온 집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무엇을 찾아 헤매는 것일까…… 아이가 원하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아이는 왜 밤이 무서울까…… 혼자라서…….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뉴스라인제주

-아이는 전등 스위치가 무척 싫었어요.
전등 스위치를 내리면
노란불,
초록불,
하얀 불,
복도 불,
집안의 모든 불빛이 다 꺼졌거든요.
전등 스위치라면 만지고 싶지도 않았어요.

게다가 어두워지면
바깥에 나가고 싶지도 않았어요.
아이는 몹시 외로웠어요.
그리고 불행했어요.
여름밤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창문 너머로 보였거든요.
어둠과 불빛을 넘나들며
신나게 내달리는 아이들,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 말이에요.

아이는 불이란 불은 모두 밝히고 누군가를…… 친구를…… 간절히 찾고 있다.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뉴스라인제주

-어느 날 밤,
아버지는 멀리 여행을 떠나고
어머니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아이는 혼자 돌아다녔어요.
집안 곳곳을 저 혼자 돌아다녔지요.

-아, 아이가 불을 환하게 켰어요!
거실의 불,
현관의 불,
식품 창고의 불,
희미한 불,
분홍빛 불,
복도의 불,
부엌의 불,
다락방의 불까지 켰어요!
아이네 집은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어요.

아이의 집에는 손바닥만 한 어둠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환하고 밝다. 아빠는 멀리 여행을 떠났고, 엄마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는 무서워서 불을 켜는데 엄마는 계속 불을 끈다. 엄마는 왜 아이가 무서워하는데 불을 끌까? 아이는 왜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지 않을까?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불빛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진정한 관심이 아닐까…….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뉴스라인제주

-그래도 아이는 외로웠어요.
깜깜한 밤, 동네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뛰놀고 있었거든요.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웃음소리.

그때, 갑자기
톡톡,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무엇인가 시커먼 게
방충망을 두드리는 거기에,
무엇인가 시커먼 게
뒷문 현관을 두드리는 거기에,
무엇인가 시커먼 게
있었어요.

아이는 밤에 대해…… 친구에 대해…… 외로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하루, 또 하루…… 밤마다 깜깜하고 무서운 외로움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갔다. 아이는 차츰 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밤이 친밀하게 다가왔다.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뉴스라인제주

- “안녕!”
누군가 불쑥 소리쳤어요.
작은 여자 아이 하나가 서 있었어요.
하얀 불, 밝은 불,
복도 불, 작은 불,
노란 불, 부드러운 불빛 한복판에서
여자 아이가 말을 건넸어요.
“내 이름은 어둠이야.”
여자 아이는 까만 머리칼,
까만 눈동자에
까만 드레스를 입고,
까만 신발을 신고 있었어요.
얼굴만 달처럼 하앴지요.
눈동자도
하얀 별처럼 빛났어요.
“너 지금 외로운 거지?”
‘어둠’이 말했어요.

밤은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도 밤을 반겨주었다. 아이는 불을 끄고 밤을 켰다. 아이와 밤은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달님과 별님이 반짝이고, 작은 풀벌레들이 노래하며 아이에게 기쁨을 주었다. 반딧불이 요정들이 춤추고…… 바닷가에 달빛이 어리고…… 별똥별이 떨어지고…… 밤을 켰다…….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뉴스라인제주

-아이는 아주 행복했어요.
밤을 좋아하게 되었거든요.
이제 아이는 스위치로 불을 켜는 게 아니라 밤을 켜요.
이제 아이는 스위치를 좋아해요.
아이는 양초와
손전등과
램프를 모두 치웠답니다.
우리는 여름밤이면
아이를 만날 수 있어요.
스위치로 하얀 달을 켜고
빨간 별을 켜고,
파란 별을 켜고,
초록 별과 밝은 별,
하얀 별을 켜고,
개구리와 귀뚜라미, 그리고 밤을 켜는
아이를 만날 수 있어요.
-어두워진 잔디밭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행복한 동네 아이들과 뛰어노는 아이를
만날 수 있답니다.

이제 아이의 창에는 달과 별이 반짝이고 귀뚜라미와 개구리가 노래한다. 낮이 끝나고 밤이 오면 불을 끄고 밤을 맞이하자. 밤이 오면 달을 맞이하고 별을 맞이하자. 노래하는 작은 풀벌레들이랑 춤추는 반딧불아, 요정들을 초대하자! 우리의 밤을 켜자!

(그림을 그린 리오 딜런, 다이앤 딜런의 다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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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 (그림책, 동화 작가)
▲ 김란 (그림책, 동화 작가) ⓒ뉴스라인제주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당선.

단편 동화집 『마녀 미용실』, 그림책 『외계인 해녀』, 『몽생이 엉뚱한 사건』, 『파랑별에 간 제주 해녀』, 『돌고래 복순이』, 어린이 제주 신화 『신이 된 사람들』, 그림동화 『차롱밥 소풍』 , 『오늘, 우리의 카레라이스』 . 하남시 스타필드 작은 미술관 등 여러 곳에서 그림책 원화 전시.

논문 『그림책 작가 다시마 세이조의 삶과 작품 연구』.

현재 제주에 살면서 그림책과 동화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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